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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핥기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by 아랑아랑 2025. 3. 28.

2025년 현재, 물건을 살 때 현금을 지불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제 생각에는 많아야 10%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중교통을 탈 때는 교통카드나 휴대폰의 NFC를 이용하고, 택시를 탈 때는 카드로 결제하거나 카카오택시에 연결한 계좌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죠.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사용한다는 쿠팡의 경우,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단지 손가락으로 드래그만 한번 하면 됩니다. 그러면 물품이 오늘 밤 또는 내일 새벽에 문 앞에 와있죠.

 

이렇게 결제 자체가 매우 짧은 시간에 간단한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을 보다보면 새삼 기술의 발전 속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많은 학자들은 오히려 이렇게 원활하고, 간편하며, 마찰 없는 결제 기술로 인해 과소비가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현금을 사용하게 되면 지불 또는 결제를 할 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줄어드는게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로 인해 자신만의 지출 계획을 세우게 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게 되는데요.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 리볼빙 등을 사용하게 될 경우 내 수중에서 돈이 줄어드는게 체감이 덜 되어 결국 과소비를 하게 되고 빚에 허덕이게 됩니다.

 

 

MIT 교수 드라젠 프렐렉(Drazen Prelec)은 구매의 쾌락과 지불의 고통을 분리하는 시간 지연 방식을 채택한 기술들은 특히 해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과소비를 유발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선구매 후지불 모델의 끝판왕은 클라르나(Klarna)입니다.

클라르나

 

클라르나는 스웨덴 기업가 3명이 2005년에 설립한 기업인데요.

 

 

클라르나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결제 모델과 다릅니다.

 

 

클라르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이메일 주소와 배송 주소만 남기면 됩니다.

 

 

그런 다음 클라르나가 제공하는 결제 방법을 선택하면 구매가 즉시 이루어지는데요.

 

 

결제 방법에는 '2개월 무이자 4회 할부 결제', '무이자로 30일간 결제 연기'. '최대 36개월에 걸쳐 상환' 등이 있습니다.

 

 

즉, 클라르나가 가맹점에 물건의 가격을 대신 지불해주고 이후에 고객에게서 받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획기적인데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시점에서는 두 달(또는 그 이상)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즉, 두 달 안에는 이 물건 하나에 해당하는 금액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물건을 하나만 구매하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커피, 치킨, 옷 등 각각의 물건에 대해서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구매 횟수가 쌓이다보면 두 달 후에 지불해야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이렇듯 선구매 후지불 모델은 아이디어 면에서 굉장히 파격적이지만 소비자들, 특히 빚을 갚을 형편이 되지 않거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삶을 파괴할 만큼 위험합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결제가 확고히 우리 생활에 자리잡았는데요.

 

 

기업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구매에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신박한 결제 기술들을 내놓을 것입니다.

 

 

결국 과소비를 줄이고 저희의 통장을 지키려면 신용카드는 가위로 잘라 없애고 체크카드만 써야하지 않나 싶습니다.